본문 바로가기
독립서점

2025년 광주 청년 독립 서점 창업 붐: 지역 커뮤니티의 변화

by 여행2 2025. 6. 29.

2025년 현재 광주광역시는 문화적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광주는 대형 서점 몇 곳과 공공 도서관을 제외하면 독립 서점 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청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도심 골목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독립 서점 창업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있다. 충장로, 양림동, 두암동 등 기존에는 젊은 창업자가 잘 진입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하나 둘 책방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청년 창업자들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 주민과 여행객, 작가, 그리고 문화 예술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그들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그 변화는 서서히 지역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광주 청년 서점 창업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떤 계기로 서점을 열었는지, 운영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보람을 느끼는지, 그리고 지역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MZ세대 청년 창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현재 광주 독립 서점 문화의 변화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양림동 독립 서점 ‘책방 사월’ – 예술과 책이 만나는 공간 

 

광주 남구 양림동의 한적한 골목 안, 오래된 적벽돌 건물 1층에 자리한 ‘책방 사월’은 예술과 독립출판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다. 2023년 문을 연 이 서점의 주인 이지현 씨는 광주 지역 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몇 년간 지역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직접 사람들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점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책방 사월은 일반 서점과 다르게, 서점 곳곳에 지역 작가들의 작은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벽면마다 아트프린트, 사진 작품, 그리고 독립출판된 아트북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마치 작은 갤러리 안에서 책을 고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매달 진행되는 ‘독립출판 워크숍’과 ‘드로잉 클래스’는 광주 지역 예술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지현 씨는 "책은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니라, 창작의 결과물이고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며, “앞으로 책방을 중심으로 지역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더 많은 전시와 토크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광주 로컬 작가들의 독립출판물 판매도 시작하며, 지역 출판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충장로 ‘동네 책방 그날’ – 청년 창업자의 현실과 도전 

광주 동구 충장로의 좁은 골목길 끝자락에 자리한 ‘동네책방 그날’은 따뜻한 나무 향과 은은한 조명 속에서 독자들을 맞이한다. 2022년 말 문을 연 이곳은 20대 후반 청년 박민재 씨의 오랜 꿈의 결과물이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 대신 서점 창업을 선택한 박 씨는 창업 초기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임대료, 책 매입 비용, 초기 인테리어 자금 등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광주에는 청년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 너무 없다’는 현실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서점 내부는 박 씨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에세이, 시집, 독립출판물 중심의 서가 구성과 함께, 한 켠에는 직접 손으로 만든 작은 책갈피와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다. ‘동네책방 그날’의 가장 큰 특징은 매주 열리는 ‘청년 북토크’다. 지역 청년 작가들을 초청해 소규모 독자 모임을 열고, 독서 후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박 씨는 소규모 글쓰기 클래스와 독립출판 강좌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독립출판의 기초부터 소책자 제작까지 실습할 수 있다. 박민재 씨는 “매출만으로는 아직 부족하지만, 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고, 지역 청년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광주 지역 타 서점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광주 청년 독립 서점 창업 붐 지역 커뮤니티의 변화

두암동 독립 서점  ‘북앤로컬’ –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책방 

광주 북구 두암동에 위치한 ‘북앤로컬’은 이름 그대로 지역성과 커뮤니티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점이다. 2024년에 문을 연 이곳의 주인 김도현 씨는 원래 시민단체에서 지역 의제 캠페인을 기획하던 활동가 출신이다. 그는 "책이라는 매개체로 지역 이슈를 시민들과 더 깊이 나누고 싶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북앤로컬’의 서가에는 사회과학, 환경문제, 로컬 정치 이슈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특히 광주지역 작가들이 쓴 로컬 이슈 도서나, 시민단체에서 펴낸 자료집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 씨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매달 ‘지역 의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광주 교통 문제", "청년 주거 정책", "지역 재생 사업" 등을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다.
이 외에도 ‘북앤로컬’은 주변 소상공인들과 협업하여 ‘로컬북 마켓’, ‘동네 상인 북토크’, ‘서점-카페 연계 독서 할인 이벤트’ 등을 기획해왔다. 김도현 씨는 “책방이 단순한 독서 공간에 머물지 않고, 마을 공동체의 중심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며, 향후에는 지역 청소년을 위한 ‘로컬 탐방 북클럽’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구, 전주, 목포 등 타 지역 독립 서점들과 네트워킹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광주 청년 독립 서점 붐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광주의 청년 서점 창업 붐은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골목 상권의 활성화가 눈에 띈다. 과거에는 유동 인구가 적었던 두암동 골목이나 양림동 일부 지역에, 서점을 찾기 위해 방문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책방 사월’ 근처 카페들은 주말마다 북토크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동네책방 그날’ 주변 음식점들도 서점 방문객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 ‘북앤로컬’ 역시 지역 주민 모임 공간으로 활용되며 자연스럽게 골목 상권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독서 문화의 확산이다. 지역 청년들과 학생들은 독립 서점을 통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책을 접하고, 직접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을 조직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의 ‘로컬 서점 지원 사업’은 이러한 움직임에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다. 2024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청년 독립 서점에 한해 프로그램 운영비, 임대료 일부, 홍보 지원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서점들은 지역 청년 창업 모델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광주에서는 청년 창업이 주로 카페, 음식점에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책방 창업’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광주 독립 서점의 성공 사례들은 다른 지역 청년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광주 청년 서점 생태계의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