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준 강원도 지역 독립 서점 현황과 살아남기 전략
강원도는 넓은 면적과 다양한 지역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달리 독립 서점 밀집도가 낮은 편이다. 인구 밀도, 관광 위주의 경제 구조, 교통 접근성의 제한 등은 서점 운영에 있어 많은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 강원도 곳곳에서는 의미 있는 독립 서점들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속초, 강릉, 원주, 춘천처럼 상대적으로 유동 인구가 있는 도시는 물론이고, 정선, 평창, 양구처럼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도 책을 통한 문화적 연결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강원도는 화려한 북카페보다는, 묵직한 큐레이션과 진심 어린 공간 운영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 운영 중인 강원도 독립 서점들의 특징과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들을 소개한다. 그 안에서 강원도 서점들이 책과 사람,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강릉·속초의 바다 곁 서점들 – 여행자와 책을 연결하다
강원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독립 서점 밀집 지역은 강릉과 속초다. 두 도시 모두 바다와 가까운 관광지이자, 젊은 창업자들이 문화 공간을 시도하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강릉의 ‘문우당 서림’은 대형 서점과 독립 큐레이션을 함께 시도하는 복합 공간으로,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고전 문학, 예술 서적, 지역 문인들의 책들이 함께 비치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속초의 ‘동아 서점’은 50년 역사를 가진 지역 책방이지만, 최근 젊은 감각을 더해 리뉴얼하면서 독립 서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 작가의 독립 출판물 뿐만 아니라, 시집·산문집 등 정서적 독서가 가능한 책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달 작은 전시와 저자 낭독회도 열린다.
두 곳 모두 ‘책을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책과 함께 머무는 공간’을 지향한다. 여행자들은 해변을 거닐다 우연히 서점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책과 커피, 고요함을 함께 경험한다. 강릉과 속초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책과 감성의 휴식처로 발전하고 있다.
원주와 춘천 – 지역과 연결된 생활형 독립 서점
강원 내륙 도시인 원주와 춘천은 대학가와 문화 단체가 많은 지역으로, 지역 기반 독립 서점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원주의 ‘책방 이듬’은 시집, 페미니즘, 환경 관련 도서 등을 선별해 소개하는 작지만 색깔이 뚜렷한 서점이다. 운영자 이윤정 씨는 “책은 세계를 바꾸기 위한 가장 조용한 무기”라고 말하며, 독서 모임과 글쓰기 수업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춘천에는 ‘오월의 책방’이라는 이름의 큐레이션 서점이 있는데, 주로 청년 독자와 신진 작가의 독립 출판물을 소개한다. 책 판매 외에도 독립 출판 워크숍, 소규모 토크콘서트, 음악 북토크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실험하고 있다.
이들 서점은 지역 예술가, 교육 단체, 도서관과 협업하여 ‘지역 속 문화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단순 판매를 넘어 교육과 커뮤니티 플랫폼의 기능까지 수행 중이다. 이처럼 원주와 춘천의 서점들은 책을 팔기보다는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 사이에 문화를 퍼뜨리는 방식을 통해 생존해 나가고 있다.
평창·정선·양구 – 독립 서점의 실험, 외진 곳에서 피어난 문화
관광지이지만 상권이 분산된 평창, 접근성이 떨어지는 정선, 그리고 군단위 지역인 양구에도 독립 서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지역 문화 생태계에 긍정적인 파장을 주고 있다. 평창의 ‘책방 산허리’는 옛 기와집을 개조해 만든 서점으로, 자연·환경 관련 서적과 그림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대표 김도현 씨는 “도시에선 찾기 어려운 고요함이 이곳의 자산”이라며, 오히려 적은 유동 인구 속에서 깊이 있는 독서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정선의 ‘책, 정선다움’은 지역 주민과의 연결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매주 마을 사람들과 책을 함께 읽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해 독서 교육도 병행한다. 이곳은 책이 단절된 문화의 벽을 허물고, 세대와 계층을 잇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
양구의 ‘한 책방’은 DMZ 인근에서 운영되는 국내 몇 안 되는 소외 지역 독립 서점이다. 매출은 크지 않지만, 국방 의무를 마친 청년들이 조용히 머물며 자아를 탐색하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들 지역의 서점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존재 자체가 하나의 문화 운동이다.
강원도 독립 서점들의 생존 전략 – 연결, 전시, 협업, 온라인
강원도 독립 서점들은 몇 가지 공통된 생존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첫 번째는 로컬 협업이다. 소상공인, 작가, 공방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해 전시, 마켓, 클래스 등을 진행함으로써 고객 유입을 유도한다. 예컨대 원주의 한 서점은 매달 ‘책과 도자기’, ‘책과 자전거’ 같은 테마로 지역 소상공인과 콜라보 이벤트를 연다.
두 번째는 온라인 확장 전략이다. 오프라인 접근이 어려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사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스토어,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굿즈와 책을 판매하고, DM으로 큐레이션 상담까지 제공하는 서점도 있다.
세 번째는 공공 기관과의 협력이다. 강원 문화 재단, 각 시군 문화 도시 센터 등과 연계해 공간 지원, 프로그램 보조금, 청년 창업 지원 등을 받으며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마지막은 콘텐츠 기반 운영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낭독회, 글쓰기 수업, 로컬북클럽 등으로 방문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강원도 서점들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책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그 진심이 계속될 수 있다면, 그 어떤 위치에서도 이들은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