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구 도심 속 작은 책방 이야기: 독립 서점 주인의 창업 스토리 인터뷰
2025년 현재 대구의 도심 속 풍경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동성로의 번화가와 북성로의 골목길 사이, 삼덕동과 대봉동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독립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의 거대한 공간과는 다른, 단 한 명의 서점 주인이 자신의 철학과 취향으로 채워놓은 작고 조용한 책방들이다. 이들 서점은 대구 지역 독서 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들, 작가 지망생들, 심지어 외부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대구 도심의 실제 독립 서점 주인 세 명의 창업 스토리를 중심으로, 그들이 왜 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어떤 철학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서점을 통해 지역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각각의 서점이 가진 색깔과 매력을 통해, 대구 독립 서점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삼덕동 ‘책방봄봄’ – 독립출판과 에세이의 작은 성지
대구 중구 삼덕동의 ‘책방봄봄’은 독립출판물과 에세이 서적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공간이다. 2021년에 문을 연 이 서점의 주인 정수진 씨는 원래 편집디자인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대구에는 독립출판물이나 작은 출판사의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서점 내부는 오래된 벽돌 벽과 우드톤 가구로 꾸며져 있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큰 특징은 매달 바뀌는 ‘테마 서가’다. 예를 들어 6월에는 ‘여행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가 비치된다. 서점 한 켠에는 작은 북토크 공간도 있어, 정 씨는 월 1회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운영 중이다.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청년들은 이곳을 통해 출판 과정을 배우기도 하며, 실제로 ‘책방봄봄’에서 인연을 맺고 독립 서적을 출간한 사례도 여럿 있다. 정수진 씨는 “대구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독자층과 출판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북성로 ‘북성로책방’ – 골목과 함께 살아가는 서점
북성로 골목 한복판에 자리한 ‘북성로책방’은 2020년에 문을 열었다. 주인 박성우 씨는 대구 토박이로, 이 지역에서 10년 넘게 문화기획 일을 하다가 서점을 차렸다. 북성로 특유의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박 씨는 인테리어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유지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노출된 콘크리트 벽, 그리고 주인이 직접 만든 목재 책장이 이곳의 매력을 더한다. ‘북성로책방’은 소설과 시집 중심의 서적 구성이 특징이며, 특히 로컬 작가들의 책이나 절판된 희귀 도서들이 눈에 띈다. 박성우 씨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시 낭독의 밤’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시인과 독자들이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고 감상을 나누는 자리로, SNS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점 내부 한편에는 중고책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책 애호가들의 보물찾기 공간으로 활용된다. 박 씨는 “책방 운영은 생각보다 힘들지만, 매일 새로운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 덕분에 버틸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삼덕동 ‘공공책방’ –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서점 운영
삼덕동에 위치한 ‘공공책방’은 조금 특별한 성격의 독립 서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점 주인 김현정 씨는 원래 사회운동과 출판 기획 일을 병행하던 사람이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이 서점을 열었다. ‘공공책방’은 사회과학 서적, 여성주의 서적, 환경 관련 도서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서가가 구성되어 있다. 매월 진행되는 ‘사회이슈 독서모임’은 지역 대학생들과 청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정 씨는 “책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판매 수익 일부를 지역 사회단체에 기부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책 기부 캠페인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점 내부는 책상과 의자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손님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김 씨는 “책방의 역할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선다”며, 앞으로도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독립 서점의 현재와 미래
대구 도심의 독립 서점들은 저마다의 색깔과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도 분명하다. 바로 ‘지역과의 소통’이다. 책방봄봄의 정수진 씨는 독립출판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북성로책방의 박성우 씨는 지역 문화 골목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공공책방의 김현정 씨는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독립 서점들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구의 도시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코로나 이후 위축됐던 지역 문화활동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지금, 독립 서점들은 단순한 독서 공간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대구시 문화재단도 2024년부터 ‘로컬 문화공간 지원사업’을 통해 독립 서점들의 프로그램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독립 서점들이 대구 도심 곳곳에서 새롭게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독립 서점 나들이를 계획하는 독자라면, 미리 서점들의 SNS 계정에서 운영시간과 이벤트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실제 서점 주인과 대화하며 창업 배경이나 서점 운영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경험은 단순한 서점 방문 이상의 깊은 의미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