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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독립서점 사장님들이 꼽은 인생 책 10권 – 문장이 방향이 되었던 순간들

by 여행2 2025. 7. 21.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취미가 아니다. 매일 책을 골라 소개하고, 서가를 구성하고, 낯선 독자에게 문장을 건네는 이 일은 ‘삶의 리듬’을 바꾸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국면마다 곁에 있었던 책이 있다.

이 글은 특정 서점 이름 없이, 실제로 책방을 운영하는 이들이 인터뷰나 기고문, 북토크 등에서 언급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소개하는 열 권의 책은 단순한 추천 도서를 넘어, 누군가의 방향을 바꾸고, 삶을 붙잡고, 서점을 열게 한 ‘이유 있는 책들’이다.

독립서점 사장님들이 꼽은 인생 책 10권 – 문장이 방향이 되었던 순간들

1.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퇴사 후 처음으로 혼자가 된 어느 책방 운영자는,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눈물 없이 아팠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 교수였던 故 장영희는 삶의 말미에 이 산문집을 썼고, 그 안에는 병마와 고통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단단한 시선이 담겨 있다.

운영자는 이 책을 서점 입구 책상 위에 늘 올려두곤 한다. "살아가는 것이 기적임을 매일 상기하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가볍지만 깊고, 부드럽지만 단단한 문장이 공간의 온도를 바꾸어 놓는다.

2. 『보통의 존재』 – 이석원

한 책방 운영자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을 “누군가 아주 조용히 나를 안아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석원의 문장은 일상적이지만, 그 일상이 전하는 감정의 진폭은 꽤 넓다. 스스로를 관찰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는 많은 독자들에게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책방을 열고 난 뒤, 운영자는 이 책을 자주 손님에게 추천한다. “혼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책”이라는 말과 함께다. 때로는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읽었던 문장 속에서 위로를 찾는 법을 이 책이 알려준다.

3.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여행을 하다 새로운 도시에서 책방을 연 운영자는 이 책을 “정착을 허락해준 책”이라 부른다. 작가 김영하는 이 책에서 “여행은 다른 삶을 상상해보게 만든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운영자에게는 회사를 떠나 낯선 지역에 정착하는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책방의 여행 섹션 한가운데 놓여 있는 이 책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행과 정착, 이동과 고요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방향이 되어준다.

4. 『아주 보통의 행복』 – 최인철

행복을 주제로 서가를 구성한 어느 책방의 운영자는, 최인철 교수의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일상 속 작은 행복이 뇌와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증적으로 설명한다.

운영자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를 크게 성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독립서점의 입문서처럼 생각한다. 서점에 들러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을 다시 설계하고 싶어지는 독자들이 종종 생긴다고 한다.

5.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김수현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20대 후반의 운영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 전 이 책을 들고 다녔다. 작가 김수현은 자기 확신을 잃은 이들을 위해 부드럽지만 분명한 문장으로 "남의 기대를 살기보다, 나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책방에서 이 책은 늘 초심자용 도서로 분류된다.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리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6. 『소설가의 일』 – 김연수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동시에 글을 쓰는 이들은 이 책을 공통적으로 ‘실제적인 책’이라 표현한다. 김연수 작가는 이 책에서 글쓰기와 삶의 리듬, 창작자의 고통과 희열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책방 운영자는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소설가가 아닌 독자에게도, ‘하루를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유효하다.

7.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인생의 끝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노교수와 제자의 대화를 그린 이 책은, 잔잔한 문장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 책방 운영자는 이 책을 "감정을 흔드는 방식이 무척 정중하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종종 '위로' 섹션에 배치되며, 사별을 겪은 이들이 조용히 펼쳐보는 책이기도 하다. "잘 살고 싶다"는 막연한 감정에 구체적인 모양을 그려주는 힘이 이 책에 있다.

8. 『시인의 집』 – 전영애

시는 잘 팔리지 않지만,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서점의 공기를 바꾼다. 전영애 교수가 번역한 『시인의 집』은 독일 시인 릴케의 작품을 엮은 시집이다. 문장을 단단히 눌러쓴 시들은 어느 계절에 읽어도 낯설지 않다.

한 운영자는 “이 시집을 통해 ‘언어가 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시는 가끔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알려준다.

9.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사회 구조와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은 이 책을 반드시 언급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갑자기 시력을 잃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그려낸다.

이 책은 서점의 가장 안쪽 서가에 놓이곤 한다. 쉽게 읽히진 않지만, 한 번 다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 불편함을 직면하는 법을 배우는 데 이 책만큼 적절한 도서도 드물다.

10. 『읽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책방을 왜 운영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이는 이 책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이 책에서 읽기의 존재론적 의미를 천천히 탐색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독자보다 서점 주인에게 더 많이 팔리는 책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서점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다. 읽는다는 행위의 깊이를 되묻고 싶은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마치며

독립서점은 단순한 책의 유통 장소가 아니다.

 

독립서점은 한 사람의 선택이, 한 권의 책이, 한 문장이 서가 위에서 누군가의 삶에 스며드는 공간이다.

 

오늘 소개한 열 권의 책은 책방 운영자들이 자신의 방향을 바꾸거나, 공간의 철학을 세우는 데 실제로 영향을 받은 책들이다.

 

책은 언제나 말보다 조용히 다가오고, 때로는 아주 천천히 어떤 생각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마다 한 권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책방이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방향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장소임을 말해준다.

 

당신에게도 그런 책이 하나쯤 있다면, 어쩌면 이미 당신은 독립서점을 열 준비가 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나에게 필요한 방향을, 문장을 찾고 싶다면, 나에게 맞는 독립서점 한 곳을 찾아 집을 나서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