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립서점

퇴사 후 책방을 연 사람들 – 나만의 삶을 위한 서점 창업기

by 여행2 2025. 7. 20.

회사를 떠난다는 건 단순한 이직과는 다른 차원의 결단이다. 수년간 몸에 밴 일의 흐름, 고정된 월급, 반복되는 루틴을 버리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무거운 결정을 내리고, ‘책방’이라는 전혀 다른 삶의 구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출판, 콘텐츠, 교육, 디자인 업계처럼 책과 가까운 일을 하던 이들이 퇴사 후 독립서점 창업에 나서는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시대의 피로감에 대한 응답처럼 보인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책이 좋아서’는 출발일 뿐, 그 이면에는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감각이 있다. 스스로의 감정이 무뎌지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줄어 들고, 더는 ‘왜 일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을 때, 이들은 회사에서 나와 책방이라는 공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 글은 책방이 단지 공간이 아닌 ‘삶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과정을 조명한다.

출판·마케팅 업계에서 책방으로 방향을 튼 사람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이들은 일정 이상의 경력을 쌓은 뒤 종종 회의를 느낀다. 상업적 기획과 유통 중심의 출판 구조 속에서, 자신이 처음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점점 잊어가는 것이다. 마케팅 업계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브랜드 슬로건, 소비 촉진을 위한 문장, 클릭률을 높이기 위한 기획 속에서 ‘진짜 문장’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커진다. 이런 갈증이 축적되면, 퇴사는 더는 위험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책방을 단순한 수익 창출의 공간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매개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방식으로 이해한다. 에세이, 독립출판, 시집, 감정서적, 여성 서사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서가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서점에 담아낸다. 이러한 운영자들은 책을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내가 믿는 문장’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책을 들여올지에 대한 고민은 출판사 중심이 아니라, ‘이 책이 내 공간에 놓일 만한가’라는 기준으로 결정된다.

도시에서 떠나 지역으로 향한 선택

대기업, 기관, 공공기관에서 퇴사한 이들 중 일부는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선택을 한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작고 조용한 마을에 책방을 짓는 이유가 된다. 이들은 종종 '로컬 라이프'라는 개념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문화의 거점’을 만들고자 한다.

지역에서의 책방 운영은 단순한 공간 창업이 아니라, 문화 기획에 가깝다. 운영자들은 지역 주민과 느슨한 독서 모임을 열고, 책을 중심으로 글쓰기 프로그램이나 전시, 북토크 등을 운영한다. 큐레이션 역시 지역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농업, 생태, 공동체, 청소년, 지역 기록물 등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서가가 구성된다. 이는 단순한 키워드가 아니라, 삶의 조건에서 비롯된 주제들이다. 책방이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을과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여행을 삶으로 바꾼 이들의 선택

회사 생활 중 한 달 살기나 로컬 여행을 떠났던 이들이 그 지역에 머무르기로 결심하면서 책방을 연 경우도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골목, 오래된 주택, 동네의 속도는 도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 리듬에 매혹된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 강릉이나 통영, 군산 같은 도시에서 삶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이들은 보통 카페가 아닌 ‘서점’을 선택한다. 커피보다 문장을 통해 사람과 연결되는 방식이 더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머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며, 서가는 감성적인 여행기, 자연 에세이, 독립출판물, 지역 잡지 등으로 구성된다. 책을 추천하는 방식도 다르다. 단순한 ‘이 책이 좋다’가 아니라 ‘이 동네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식으로 공간과 내용이 조화되도록 구성된다. 이러한 책방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운영되며, 운영자의 삶이 책방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책과 공공을 넘나든 실천가들의 책방

책과 가까운 직종에는 도서관 사서, 교육기획자, 문화재단 근무자 등 공공 영역에 있던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조직 안에서 책을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을 해왔지만, 제한된 자율성과 관료적 구조에 지쳐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과 사람을 다시 연결하고자 책방을 연다.

이들이 만든 서점은 ‘민간의 공공성’을 지향한다. 아동문학, 그림책, 청소년 문학, 지역 아카이브,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되, 책을 중심으로 독서 모임, 낭독회, 마을 기록 프로젝트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병행한다. 운영자는 종종 자신을 ‘책을 고르는 사람’이라기보다, ‘질문을 여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책방은 지식보다 관계를, 정보보다 감정을 중심에 둔 공공의 장소로서 작동하며, 그곳에서 독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간을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퇴사 후 책방을 연 사람들 나만의 삶을 위한 서점 창업기

 

퇴사 후 책방을 열기로 한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책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속도와 감정을 지켜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고, 그 구조를 만들어가는 한 방식으로 ‘책방’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단지 진열장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책방은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탈출구이고, 누군가에게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공간이다.

 

대형서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깊이와 연결이 이 작은 공간에서 일어난다. 이 글은 특정 서점 하나를 소개하지 않았지만, 이 흐름 속에서 공통된 결심과 실천을 하고 있는 수많은 ‘책방 운영자’들의 삶을 응원하며, 책이 단순히 읽히는 것을 넘어 ‘살아지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