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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독립 출판의 정수를 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유어마인드’

by 여행2 2025. 7. 18.

서울 마포구 합정동은 오래 전부터 독립 문화와 예술 감각이 살아 있는 동네로 잘 알려져 있다. 카페, 갤러리, 소형 공연장이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이 지역 한가운데, 유독 조용하고 단단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점이 있다. 그곳은 바로 ‘유어마인드(Your-Mind)’.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이 서점은 ‘출판이라는 행위 자체’를 전시하고, 기록하고, 탐구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유어마인드는 독립 출판물에 특화된 큐레이션 서점으로, 상업적 베스트셀러보다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책에 집중한다. 운영진은 다년간 독립 출판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책 한 권을 고르는 일부터 그것을 선보이는 방식까지 섬세하고 전략적이다. 특히 출판 외에도 전시, 소규모 제작 워크숍, 인쇄 관련 큐레이션까지 연결되며 단순한 소매 서점을 넘어 ‘출판 문화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이 글은 유어마인드의 철학, 공간 구성, 큐레이션 전략, 그리고 지역 내 영향력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독립 출판의 정수 서울 마포구 합정동 유어마인드

독립출판에 집중하는 이유, 그리고 그 태도

유어마인드는 처음부터 ‘출판을 중심으로 한 실험 공간’을 지향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책들은 대부분 100~500부 한정으로 인쇄된 소량 독립 출판물이다. 시, 에세이, 만화, 포토북, 페미니즘, 젠더 이슈, 도시관찰 등 주제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창작자가 직접 참여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운영자는 독립출판의 힘은 단지 책을 만든다는 데 있지 않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하고 싶은가”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 철학이 반영된 결과, 유어마인드의 책장은 출판사 이름보다 작가의 정체성과 글쓰기 방식에 따라 구성된다.

 

유어마인드는 ‘판매를 위한 큐레이션’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큐레이션’을 선택한다. 책의 완성도보다 실험성과 표현력에 집중하며, 때론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경험은 이곳을 찾는 독자에게 매우 특별한 독서 경험으로 남는다.

 

공간 구성: 책방이자 인쇄문화 아카이브

 

유어마인드의 내부 공간은 일반적인 서점의 구성과는 다소 다르다. 책장은 낮고 길게 배치되어 있으며, 벽면과 중앙 공간에는 책뿐 아니라 독립 출판 관련 전시물, 제작 도구, 인쇄 샘플 등이 함께 놓여 있다.

 

이 서점은 ‘책을 고르는 공간’이기 이전에 ‘출판 문화를 마주하는 공간’을 추구한다. 독립출판의 제작 과정과 맥락까지 보여주기 위해 책 옆에 종종 인쇄 방식, 지류 정보, 디자인 노트가 함께 진열된다. 이로 인해 방문자는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또한 유어마인드는 계절별로 전시형 서가를 운영한다. 특정 주제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된 큐레이션이 시각적으로 구성되어, 책이 아닌 전시를 보러 온 방문객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책방이 예술 공간이자 인쇄문화 아카이브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유어마인드는 단지 책을 선별해 파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독립 출판을 직접 시도하는 창작자들이 첫걸음을 딛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운영진은 신규 창작자의 출간을 도와주거나, 일정 기간 서점 공간 일부를 ‘팝업 진열 공간’으로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워크숍과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작은 책을 만드는 법’, ‘ZINE 제작 실습’, ‘독립 출판 첫걸음’ 같은 실용적인 수업은 소규모로 운영되며, 참가자들이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활동은 유어마인드가 단지 큐레이터가 아니라 ‘출판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구조화된 이 시스템은, 독립서점의 본질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사례로 손꼽힌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고집

 

독립 서점의 가장 큰 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유어마인드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독립 서점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실험해왔다. 우선 일반 대형 서점처럼 대규모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유통 시스템을 병행한다. 판매 책 대부분은 위탁이 아닌 매입 형태로 들여오며, 판매율보다 서점의 철학과 큐레이션 기준에 적합한지를 우선 고려한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은 후순위로 밀리지만, 그만큼 서점의 개성이 명확히 유지된다. 

 

또한 유어마인드는 서점 운영 외에도 ‘유어마인드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며, 자체 출판물 제작을 병행한다. 이 출판 활동은 서점의 철학을 외부로 확장시키는 도구이자,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축이다. 이처럼 다층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한 운영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독자와의 관계, 창작 생태계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유어마인드는 지금도 실험 중이며, 그 실험은 점점 더 많은 독립서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어마인드는 단순한 책방이 아니다. 이 서점은 독립 출판이라는 이름 아래 창작과 독서, 제작과 표현이 맞물리는 정교한 문화 플랫폼이다. 출판이 가진 감정적 밀도와 물리적 결과물의 아름다움을 함께 다루며, 독자에게는 책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경험하는 행위’로 바꾸는 계기를 제공한다. 당신의 마음에 책과 공간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유어마인드에 방문해 보는건 어떨까?